“전통과 첨단을 양 날개로 삼아 창립 100주년을 준비하겠습니다. ” 작년 창립 80주년을 맞았던 삼양사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김윤(金鈗·52) 회장의 얘기다.
역사가 오래된 식품·화학 부문은 고부가가치로 방향을 잡았고, 바이오·의약 및 디스플레이 부품·소재산업 등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아 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겠다는 얘기다.
김 회장은 작년 초 ‘생활을 풍요롭고 편리하게 하는 기업(Life’s Ingredients)’이란 비전을 새롭게 발표한 뒤 디스플레이·바이오 등 첨단산업에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다.
삼양사는 1924년 인촌(仁村) 김성수(金性洙) 선생의 동생인 수당(秀堂) 김연수(金秊洙) 선생이 창립했다.
50년대에는 재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작년 매출액 8902억원을 기록했고, 8개 계열사들을 모두 포함하면 2조7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렸다.
김 회장은 수당의 3남인 김상홍(金相鴻)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1996년부터 삼양사를 이끌고 있다.
취임 직후 IMF 금융위기가 닥쳐오자 SK케미칼과 합작으로 화섬업체 휴비스를 만들어 기간사업 분야인 폴리에스테르사업 부문을 과감히 정리했다.
삼양사는 2002년부터 ▲식품 ▲화학 ▲바이오·의약 ▲신(新)사업(디스플레이 부품·소재산업 등)을 4대 핵심 사업군으로 정해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김 회장은 “새 성장동력으로 삼으려는 디스플레이 부품·소재 분야에 연구·개발(R&D) 인력을 대거 확충하고, 다른 기업을 인수·합병(M&A)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보수 색채가 강한 삼양사에선 김 회장의 행보가 공격적인 것으로 비친다.
김 회장은 “갑작스러운 변화는 장점도 있지만 지속성이 없을 수 있다”면서 “급격한 변화는 하지 않았지만 그때그때 시대 환경의 변화에 따라 꾸준히 변신을 해왔다”고 말했다.
삼양사는 1930년대 만주지역에 남만방적주식회사를 건립, 국내 1호 해외 공장을 만들었던 ‘진취적인’ 기업이었다.
이후 ‘온 국민이 먹고살아 가는 것’이 최대 화두였던 50년대엔 ‘제당사업’에, 수출 드라이브 정책이 활발하던 60·70년대에는 폴리에스테르의 화학섬유에, 폴리에스테르가 쇠퇴하던 80년대엔 화학으로 주력을 바꾸었고, 90년대 의약·바이오에 뛰어들었다.
삼양사는 또 2대(代)에 걸쳐 이어지고 있는 ‘형제 경영’이 눈길을 끌고 있다.
창립자인 수당 선생은 장남인 김상준씨와 4남인 김상돈씨에게는 삼양염업사를, 3남인 김상홍 명예회장과 5남인 김상하(金相廈·전 대한상의 회장) 회장에게는 삼양사를 각각 물려줬다.
삼양사의 김상홍·김상하 쌍두체제는 90년대 후반 들어 김상홍 명예회장의 장남인 김윤(金鈗) 현 회장과 김상하 회장의 장남 김원(金沅·47) 현 사장 체제로 이어지며 2대째 형제경영에 돌입했다.
삼양사 관계자는 “김상하 회장은 해외출장을 다녀오면 김상홍 회장을 찾아가 세세한 얘기까지 들려줄 정도로 우애가 두터웠다”면서 “형제 간의 확고한 믿음이 2대에 걸친 형제 경영을 가능케 한다”고 말했다.
두 집안은 현재 성북동에서 옆집에 살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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